*유랑 화가와 관련해서 모던 그로테스크 타임스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글입니다. 여기에도 기록으로 남겨 둡니다.


안녕하십니까? 한아임입니다.
네에에, 유랑 화가를 쓴 자가 저입니다.

이 포스트는 유랑 화가 5화와 세트가 될 거라, 처음에는 그 화에 대해 쓸까 했습니다.
(세트라 함은, 왜, 인스타그램에 열이 3개 있지 않습니까? 그 3개의 열과 많은 행들이 모여 피드가 이루어지는데, 그것을 보기 좋도록 하기 위하여 세 개의 포스트를 세트로 올리려 했었다, 요 뜻이랍니다.)

아무튼 그런데 2천 자인지 2천2백 자인지, 인스타그램의 캡션 제한에 맞는 내용이 뭐가 있을까……
싱싱의 그놈…… 그것이 이번 유랑 화가 시즌 제목이었는데……
이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이랬더랬습니다:

‘아하, 유랑 화가 5화를 쓴 나는 이미 없구나.’

이것이 제가 항상 괴리를 느끼는 부분인데, 모던 그로테스크 타임스를 팔로우하고 계시거나 이 포스트를 우연히 만나게 된 분이라면 아마 창작에 관심이 있으실 거라 예상하여, 앞으로 유랑 화가의 새로운 회차가 나올 때마다 세트로 이러한 창작 과정에 대해 얘기해 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제가 쓴 유랑 화가가 맞는데 그 ‘제’라고 할 만한 사람은 대체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건지 알 수가 없는, 그런 창작 과정 말입니다.

사실 이런 얘기를 자주 하지는 않습니다.
글 쓰는 것에 대해 얘기를 하다 보면 한도 끝도 없어서, 글 쓸 시간에 글 쓰는 것에 대해 얘기를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필명을 쓰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실제’의 제가 글을 쓴다는 걸 아는 사람은 극소수라서 글에 대해 얘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모던 그로테스크 타임스는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기에 아무래도 그 공통점은 창작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혹시 지나가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자신의 창작 과정이라든지, 궁금한 점이라든지, 기타 등등 댓글을 달아주시면 좋겠습니다.
글도 좋고 미술도 좋고 음악도 좋고 요리도 좋습니다. 운동도 좋고 사업도 좋습니다.

저희는 그로테스크한 것을 좋아하지만 아무나 물지는 않습니다.

아무튼요……
예.

유랑 화가를 썼던 때의 저는 이제 없다는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창작’이라고 하기엔 좀 거창하기도 하지만 아무튼 ‘창작’을 한 저는 이제 기억이 안 납니다.
어느 정도냐면, 그걸 언제 썼는지 어떤 기분이었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납니다.
기억 상실증이라는 뜻이 아니라, 그냥 하루하루가 너무 똑같아서 그렇습니다.

저는 책상이 여러 개인데, 하나에는 데스크탑이 있고, 하나에는 태블릿을 놓을 자리가 있습니다.
의자와 책상의 높이, 키보드의 위치와 높이 등이 제 작은 키에 맞춰져 있습니다.

요거 맞추는 데 고생을 좀 했습니다.
다리 길이와 앉은키가 각각 1.5센치씩만 더 컸더라면 규격 책상(이케아 책상이라 해야 맞을 겁니다)을 아무 문제 없이 썼을 텐데, 그 1.5센치씩이 모자르다 보니 키보드 높이에 맞게 책상 높이를 올리고, 그것을 올린 만큼 의자를 올리고, 그러자 발이 바닥에서 붕 뜨니까 그 밑에 뭘 갖다 대고…
별 쇼를 다 했습니다.

그렇지만 여러분?
장비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케저케 하면 글이 잘 써진다' 이런 거는 하나도 말씀을 드릴 수가 없지만, (그런 비기를 갖고 계신 분은 공유를 좀 해주십쇼!) 장비 중요하다는 건 정말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장비 탓 안 하려다가 아파봤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지금은 책상들과 의자들이 제 사이즈에 맞춰져 있고요, 저는 그리로 가서 매일 똑같이 글을 씁니다.
그래서인지 참말로 유랑 화가를 썼던 저는……
어디로 갔단 말입니까?
미스터리합니다.

하지만 제가 기억 못 하는 걸 엑셀 시트가 해줍니다. 그 기록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제가 유랑 화가 시리즈를 7월 말에 끝마쳤다는 거예요. 2달 반 정도가 지났다고는 하지만, 참 이렇게 기억이 안 날 수가.
미스터리합니다.

저는 항상 이래요. 2년 전에 쓴 건 더합니다. 제가 쓴 걸 제가 다시 읽고 제가 놀라요. '여기서 왜 일이 이렇게 풀리지?!'
그런데 사실 제가 글 쓰는 과정 자체가 미스터리하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저한테는 그렇답니다.

아무튼, 2천 자가 얼추 찬 것 같습니다.
새 얘기를 시작하면 이상한 데서 끊어야 하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에는 제가 글 쓰는 게 얼마나 미스터리하지 않은지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궁금한 거
혹은 자신의 창작 과정 공유
지나가다 댓글에 하트 뿅뿅
이런 거 남겨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이만, 다음 시간에.